2016년 6월 4일 토요일
가위 들고 달리기 [어거스텐 버로스]~
가위 들고 달리기 [어거스텐 버로스]치열하게 웃기고 눈물나게 끔찍하고 이상하게 감동적인 이야기 『가위 들고 달리기』는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한 후에도 2년 6개월 동안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머물렀고 지금까지 25개국에서 수백만 부가 팔렸으며 영화로도 제작된 밀리언셀러이다. 대단히 성공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출간 당시에는 이야기속의 극단적인 상황 때문에 독자들로부터 혹독한 평을 얻기도 했다. 독특하고 중독성 강한 작가의 유머에 반한 독자들도 많았는데, 독자들이 열광한 이유와 혹평을 한 이유는 같았다. 바로 모든 이야기가 작가가 겪은 실화라는 점이다.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자, 어머니는 정신분열증 환자. 어거스텐의 삶은 그런 부모의 이혼으로 큰 전환점을 맞이한다. 남편이 가족을 죄다 살해할 거라 철석같이 믿는 어머니가 그를 정신과 의사인 핀치 박사에게 보내버린 것. 우아하고 품위 있는 의사 집안을 생각한 어거스텐을 맞이한 것은 쓰레기와 바퀴벌레가 넘쳐나는 집, 집안 어딘가를 차지하고 있는 정신병자의 비명 소리, 그리고 정상적이라고는 볼 수 없는 괴상망측한 핀치 가족들뿐이다. 핀치 박사 집에서의 생활은 평탄하지 않다. 어거스틴에게 가장 필요한 관심과 규율은 핀치 박사에게 있어서 쓸모없는 것. 그는 열세 살이면 성인의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으로, 학교에 가기 싫다는 어거스텐에게 자살소동을 일으킬 수 있도록 약을 주고, 서른세 살의 양아들인 닐 북먼이 어거스텐과 사귀는 것을 방치한다. 어거스텐은 강요도 없지만 가르침도 없는 혼란 속을 혼자의 몸으로 오롯이 헤쳐 나가야 하는 것이다. 어거스텐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세상을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의 눈을 통해 비뚤어진 어른들의 모습과 사회의 문제들을 날것 그대로 목격할 수 있다. 어거스텐의 삶을 위협하는 것이 굶주림이나 전쟁은 아니지만, 상황은 가난보다 비참하고 전쟁보다 끔찍하다. 전쟁 같은 외상보다 훨씬 복잡하고 내밀한 현대 사회의 상처를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작가는 어둡고 끈질긴 유머로 그 시절을 되짚고 곱씹고 풍자하고 결국은 치유해낸다. 극단적인 독자들의 반응과는 달리 매체에서는 한결같이 찬사를 보냈는데, 불편한 진실을 되받아치는 치열한 유머와 삶에 대한 사랑, 그리고 주인공 어거스텐의 강인한 생명력 때문이다. 그가 보여주는 세상을 목격하면 웃음과 불쾌함 사이에서 혼란을 겪지만, 『가위 들고 달리기』가 주는 웃음이 현실도피용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직시하고 감수하고 극복하기 위한 웃음, 그야말로 절망에 대처할 수 있는 힘을 주는 강인한 웃음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많은 평론가들이 찬사를 보낸 이유는 이 책이 한 편의 훌륭한 성장기이기 때문이다. 글을 쓰지 않으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할 수 없을 것 같아 하루에도 몇 시간씩 일기를 쓰면서도 작가라는 길만은 끝내 거부하던 소년이 이제 작가가 되기로 마음먹고 뉴욕으로 떠난다. 우리는 그가 결국 뉴욕에서 작가로 성공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그 결말은 더욱 감동적이다. 제대로 된 교육은 받아본 적도 없고 정서적으로 안정된 생활을 누려본 적도 없지만 어거스텐은 글쓰기로 계속 자신을 단련하면서 꿈을 향해 한 발짝씩 걸어 나갔다. 그것이 의도적인 노력은 아니었다 할지라도 그러한 그의 노력은 결국 결실을 거두기 위한 밑거름이 되어 감동을 자아낸다. 그는 또한 자신을 방기한 부모와 주변의 이상한 인물들에 대해 미움을 느끼기보다는 책임감과 애정을 가지고 그 관계들에 최선을 다해왔다. 그러면서도 초인이나 성자 같은 태도가 아닌 아이다운 순진함과 순수함으로 그들을 대했다.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 없는 미래를 향해 새로운 걸음을 내딛는 어거스텐에게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는 것도, 혹자가 어거스텐을 새로운 시대의 톰 소여에 비유하는 것도, 이 이야기가 한 소년의 성장기로서 충분한 매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 역자 후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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